다큐 누리/교육

[EBS] 세계의 교육현장 - 핀란드의 평등교육

nuon 2010. 4. 15. 23:17
반응형
핀란드의 평등교육 -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다!
▶방송사 : EBS    ▶방영일 : 2010년 4월 14일



TV 뉴스나 신문 기사에서 아이들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종종 듣게 됩니다. '전문가'라는 이름을 한 사람들은 학력 저하의 원흉으로 평준화 제도를 지목하고,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해서는 고교 평준화 제도를 폐지하거나 자립형사립고, 특목고 등 경쟁을 통해 선발된 소수의 인재를 위한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등 대신 경쟁이 나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의 교육현장'에서 만난 핀란드 교실은 조금 다른 말을 하는 듯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핀란드의 학교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평등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확인한 핀란드 교육 최고의 목적은 영재를 길러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각학생들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교육적 성취를 이루도록 하는 데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돈으로 90억이 넘는 돈을 1000명의 학습부진아들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데 아낌없이 쓰는 데서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핀란드의 교육은 동등한 교육 기회를 허용하는 소극적 평등을 넘어서 누구나 일정 정도 이상의 결과에 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적극적 평등에까지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교육에 있어서 핀란드인들이 갖는 평등과 협력에 대한 신념은 학교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별도의 전담 교사가 관리하는 보충학습실

별도의 전담 교사가 관리하는 보충학습실

부족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닌 핀란드 학생들

부족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닌 핀란드 학생들

핀란드 교실에는 수준별 수업이 없다고 합니다. 학업 성적이 좋은 아이, 좋지 못한 아이가 따로 나뉘어 공부를 하는 대신 모두가 한 교실에서 함께 토론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통합수업을 받습니다. 성적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일렬로 세워서 우열반으로 나누는 대신 핀란드 교실에서는 개별화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희망에 따라 개인별 수업 목표와 학습 진도를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맞춰 학습을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부족함이 있으면 학생의 선택에 따라 보충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남에 의해 나뉘어진 우열반과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보충반의 차이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커 보였습니다. 수학 성적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떨어지는 마띠아스는 누구나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핀란드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핀란드의 통합교육 시스템 속에선 낮은 성적이 학생의 자존감이나 자기효능감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고,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으로 승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교육의 3 주체 간의 신뢰에 기반한 교육

교육의 3 주체 간의 신뢰에 기반한 교육

앞서 말한 학생의 개인별 수업 목표는 학생, 학부모, 교사 3자 간의 대화를 통해 결정합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동등하고 신뢰로운 관계 속에서 함께 교육을 설계해 가는 모습은 우리의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선 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오히려 교육적 의사 결정의 과정에서 흔히 소외되곤 합니다. 학습목표가 왜 정해졌는지,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큰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가르치고 배운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가에 집중된 교육적 권한을 단위 학교로 최대한 이양하고, 그 안에서 교육의 주체들이 스스로 교육의 밑그림을 그려 가는 학교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교사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핀란드

교사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핀란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핀란드인들이 꼽는 자국 교육 성공의 가장 큰 요인 역시 교사라고 합니다. 핀란드에선 1990년대 초에 교사 직무에 대한 모든 전통적 통제를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대신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교사들에게 높은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는 고위 공직자나 교육정책 입안자가 아니라 교육 현장 일선에 있는 교사들일 것입니다. 수업 방법, 교육 과정, 교과서 등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 관해서는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핀란드의 교원 정책을 보면서, 최근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며 교사에 대한 타율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우리의 교육 정책이 우려스러워졌습니다. 교사들의 자발적 동의와 실천 없이는 그 어떤 교육 개혁도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핀란드가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실제로 높은 교육적 성취로 나타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우리의 교육 현실에 ctrl+c, ctrl+v로 복사하듯이 그대로 가져다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선진국의 교육 제도를 그대로 도입했다가 실패를 겪었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대상인 만큼 더 이상의 실패는 없어야 합니다. 교육 개혁의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평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에 팽배한 경쟁적 분위기를 없애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2년 전쯤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PISA 2006의 결과 발표 현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핀란드와 함께 높은 성적을 기록한 한국의 교육에 대해 묻자 PISA 관계자는 "한국 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들에 속하는 건 사실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은 아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세계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공부 잘하는 나라일 뿐 부러운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 막연히 생각을 해 왔었는데, '세계의 교육현장' 핀란드 편을 통해 '행복한 학교'를 직접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시청 소감 작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방송 캡쳐 일부가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자의 너른 양해 부탁드리며 만약 문제가 있을 시 캡쳐 사진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