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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의 교육현장 - 인도의 두 얼굴

nuon 2010. 4. 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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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발견한 인도의 두 얼굴
교육현장에서 발견한 인도의 두 얼굴
▶방송사 : EBS    ▶방영일 : 2010년 4월 1일


우리의 기억 속에 인도는 아직 불교의 발상지, 혹은 수행자의 나라로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인도는 세계에서 7 번째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과학 강국이자 미국에 이은 세계 2 위의 소프트웨어 수출국입니다.

ISA의 수영수업

ISA의 수영수업

ISA의 식당

ISA의 식당

앰비 밸리 시티에 위치한 국제학교 ISA(International School Ambey Valley)는  인도를 이끌어 가는 인재들이 자라나는 곳입니다. 앰비 밸리 시티는 사하라 인디아 그룹이 건설한 리조트형 기업도시로 광대한 규모와 초호화 시설을 자랑합니다. ISA의 학생들은 최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야외 수영장에서 체육 수업을 받고, 대학 강의실보다도 좋은 시설의 교실에서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지상낙원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만한 ISA의 교육환경은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우리 돈으로 연간 3000만 원에 이르는 학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인도는 떠오르는 신흥 IT 강국이기도 하지만, 심한 빈부격차와 신분제도의 잔재로 신음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인도 국민 중 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41.4%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8.1%에 불과합니다. 또한 인도는 인구의 절반이 빈곤층입니다.

두 수업이 한 교실에서

한 교실에서 진행 중인 두 개의 수업

복도에서 자습 중인 학생들

복도에서 자습 중인 학생들

인도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공립학교에 대한 취재 허가가 나지 않아 대신 촬영하게 되었다는 인도의 한 사립학교는 학교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시설이 열악했습니다. 교실이 부족해 한 교실에서 두 반의 수업이 앞뒤로 동시에 진행되고, 학생들은 따로 공부할 공간이 없어서 복도에 웅크리고 앉아 자습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마저도 공립학교보다는 나은 환경이라고 하니 인도 공립학교의 실정은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ISA국제학교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비싼 학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대부분의 인도 가정의 학생들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두 얼굴' 편에서 만난 인도의 교육은 '상품'이었습니다. 내가 마시면 당신은 마실 수 없는 한 컵의 우유처럼 인도의 교육 '서비스'는 특정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고, 나머지 대다수는 이로부터 소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상품이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은 사회적 지위와 부의 세습을 막고, 누구나 능력에 따라 교육받아 그에 맞는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물과 공기처럼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내가 인도의 발전 가능성에 물음을 갖는 이유입니다. 교육의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인도의 발전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사실상 단절된 상태가 계속되면 하위 계층은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불만을 갖게 될 것이고, 상위 계층 또한 자신들이 인도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불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사회 통합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며, 성장의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 교육의 양극화 문제는 우리의 '외고 논쟁'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외국어고등학교(외고)는 어학 인재 양성을 명분으로 고교 평준화에서 벗어난 특수학교입니다. '어학 인재 양성'에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이 도리어 '평준화 예외'가 부각되어서, 외고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명문대 진학을 위한 전초기지로 변질되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대학 입시에 앞서 외고 입시라는 선행 관문을 통과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 더 어렸을 때부터 입시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학교 급별 부모소득수준

학교 급별 부모소득수준


외고와 일반계고, 실업계고 학생들의 부모 소득 수준을 비교한 권영길 의원의 자료를 보면 이미 우리의 교육 역시 양극화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외고 학생들의 부모 중 고소득자 비율은 44.8%로 일반계고의 3.4배, 실업계고의 12.4배가 넘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부모의 막대한 사교육비 지원을 받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경쟁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그 차이가 외고 입시와 대학 입시를 거쳐 다시 소득과 계층의 차이로 재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개천에선 더 이상 용이 나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말이 뼈 있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일반 학교의 교실

일반 학교의 교실

ISA의 교실

ISA의 교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월성'이라는 허울 아래 자립형사립고, 국제중학교 등 선발된 소수를 위한 교육 정책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월성은 엘리트 교육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수준의 학생 개개인이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성취를 이루게 하는 것'이라는 수월성의 본래 의미에 비추어 봤을 때, 수월성과 형평성은 양립 불가능한 딜레마가 아닙니다. 우리 교육의 큰 방향을 '선택된 소수를 위한 교육'에서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우리 교육의 내일은 인도의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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